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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 최한겨레 대표변호사

불법 촬영 영상 잔뜩 적발, 무죄 "위법수집증거배제의 원칙."

질 나쁜 범죄자에게 무죄 및 낮은 형량을 선고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요? 자칫 보면 피해자보다 범죄자의 인권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듯한 이유, 하나씩 설명드릴게요.

2022.01.25

01. 판사는 왜 몰카 촬영 범죄자에게 무죄를 주었나?


얼마 전 몰래카메라를 통해 여성의 신체를 불법촬영한 사안에서 절차적 흠결로 무죄가 선고되었다는 보도를 보신적 있으신가요?

해당 언론 보도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무죄를 선고한 판사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로 주를 이루었는데요. 물론 그러한 심정이야 이해가 가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적법 절차의 중요성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과 더불어, 왜 형사법에서 절차적 정의와 범죄인의 인권을 중심으로 소송법을 개선해 왔는지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일단 간략히 이슈가 되고 있는 사건에 대해 설명드려 보자면, A는 2018년 3월 9일 우연히 마주친 여성이 화장실에 가는 것을 보고 따라 들어가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을 시도한 범행에 대해 압수수색과 검증 영장을 같은 해 4월 5일 발부 받았습니다.
영장에 따라 경찰은 A 소유의 휴대전화 2대를 압수한 뒤 디지털 증거 분석을 했고, 그 결과 이 휴대전화들 속에서 여성들을 불법 촬영한 사진·동영상을 여럿 발견했지만 정작 영장에 적시된 범행 관련 자료는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어찌 됐든 불법 촬영물을 확보했다고 생각한 경찰은 A를 검찰에 넘겼고, A 역시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자백을 합니다. 검찰은 휴대전화 속 자료들을 유죄 증거로 들며 A가 2018년 3~4월 모두 23회에 걸쳐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했다는 내용의 공소장을 작성했겠죠. 하지만 1심과 2심은 A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02. 재판부의 판단, 그 이유는?


왜 그랬을까요? 안타깝게도 애초 수사 절차가 잘못됐다고 재판부는 판단했습니다.
증거인 불법 촬영물들이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혐의 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데다 휴대전화에서 증거를 찾아 확보하는 과정에서 수사 기관이 A의 참여권도 보장해주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검경 수사의 위법성이 확인되면서 A의 자백이 있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인정되지 않는 셈이 되버린겁니다. 아시다시피 자백만으로는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 범죄를 입증할만한 증거 자료가 있어야만 혐의가 인정되므로 이러한 증거 자체가 위법이라는 판단 하에 A에 경우 정말 천운으로 무죄를 받을 수 있던겁니다.

대법원은 하급심과는 달리 경찰과 검찰이 확보한 불법 촬영물들이 간접 증거나 정황증거로는 사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범행 간격이 짧고 공중이 밀집한 장소에서 불특정 여성을 물색해 촬영하는 등 수법이 동일한 상황에서 피해자들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라면 동영상을 간접 증거 또는 정황증거로 쓰일 수도 있다는 취지에서 인정했지만, 증거 확보 과정에서 A의 참여를 배제한 점이 결국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어 대법원 역시 “원심 판결에 객관적 관련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해도 피고인에게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위법이 있는 이상, 이 사건 동영상은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해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라며 “원심의 잘못은 (무죄) 판결에 영향이 없다”라고 판시한 것입니다.



03. 적법 절차의 보장, 왜 중요할까요?


형사소송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범죄 사실에 관한 실체적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범죄인을 처단하고 국가적 질서를 바로 세움으로써 법적인 정의를 확립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형사법의 발전 역사를 살펴보면,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이념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적법 절차의 보장, 절차법적인 정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위와 같은 판례를 보며 분노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위법수집증거 배제의 원칙을 비롯하여 절차상의 적법이라는 개념을 생각하기 어려웠던 시절이 실제 과거에 존재 했습니다. 당연히 예나 지금이나 '범죄'는 국가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극도의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행위였으며,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면 영장이나 해명의 기회 등은 고사하고 고문이라도 당하지 않으면 다행인 시절이 있었던 것입니다.

누군가가 살해 당한 사건에서 살인범이 누구인지를 찾는 것이 중요하지, '살인범일 수도 있는' 사람을 찾아내기 위해 어떤 수단을 동원하는지는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만일 절차상의 위법을 이유로 증거 능력을 부인하거나 수사를 위축시키게 되면 실체적 진실 발견에 어려움을 겪거나, 실체적 진실과는 동떨어진 판결을 내릴 수 있으므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었던 것이죠.

그러나 현대 사회에 이르며 증거법이 발전하고 인권이 중시됨에 따라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우선 인권을 말살하는 고문 등이 사라졌죠, 또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수사를 위법하다고 봄으로써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도 중시하게 된 것입니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형사소송법에 특유한 '위법수집증거 배제의 원칙'인데, 요약하자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비록 그것이 아무리 핵심적인 실체적 진실을 가리키고 있더라도 그 증거능력을 배제하겠다는 것이죠. 더불어 위법한 수사방법에서 파생된 증거 역시 증거 능력이 부인되는데 이를 독수의 과실 이론이라고 합니다. 생소한 단어죠?

물론 위와 같은 사건의 경우 수사기관의 위법한 증거수집에 대하여 그 자체로 책임을 물으면 되지, 실체적 진실을 가리키고 있는 증거의 증거능력까지 꼭 배제해야 하느냐고 말하시는 분들이 분명 있으시겠죠. 물론 어느 정도는 입법의 재량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책임만을 추궁하고 증거 능력을 인정한다면 위법한 수사활동을 근절하여야 한다는 대원칙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겠죠. 따라서 증거 능력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04. 해외의 경우...


미국은 증거 수집에 위법이 있으면 법원의 재량이 인정되지 않고, 자동적·의무적으로 증거를 배제하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역시 예외의 경우도 굉장히 다양합니다. 


영국은 법원은 모든 재판 과정에서 증거를 획득한 상황을 포함한 모든 정황을 고려하여, '증거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면 재판 절차의 공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어 증거의 증거 능력을 배제하여야만 한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신빙성이 높은 증거물인 경우에는 배제되는 예가 적다고 합니다.


독일은 적법 절차에 의해 발견될 수 있었다는 전제 하에 기본권과 형사 소추의 이익을 비교 형량하여 증거 능력을 개별적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05. 나쁜 사람들 모두 잡아 가둬야 정의를 이룩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현대 사회에서 위법수집증거 배제의 원칙과 관련하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강제수사절차에서의 영장주의입니다. 구속영장 없이 구속을 집행하는 것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구속 되고 싶으신 분들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인정 하실 수 있으실까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대부분 압수수색영장의 범위와 긴급 체포 및 현행범 체포의 적법성에 관한 사례가 많습니다.
당연히 한편에선 이런 탓에 일선 경찰의 수사 활동이 위축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긴 하지만 임의 수사의 원칙에 비추어 인신을 구속함에 있어서는 당연히 신중해야 합니다. 일단 체포해두고 생각하자는 식의 발상을 인정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죠.
물론 형사소송절차에서 범인을 잡아 처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에요. 앞서 말한 것처럼 범죄가 명확한데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는 저 역시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목적의 중요성만으로 그 수단이 모두 정당화되지는 않는다'라는 겁니다.

범인을 처벌할 수 없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억울하게 처벌 받는 사람이 없어야 하며, 범인을 잡는다는 목적으로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인권을 유린하는 것이 정당화 되어서는 안되겠죠. 왜 그러한지는 적법 절차가 중시되지 않던 전근대사회에 어떤 일들이 발생 했는지를 떠올려 보시면 답을 찾을 수 있으실겁니다.



06. 민사소송은 위법수집증거 배제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말씀드린 부분은 형사소송의 경우입니다. 민사소송절차에서는 위법수집증거 배제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민사소송은 형사소송과는 이념과 목적이 다르죠 또한 수사 기관이라는 국가 기관이 개입해 있지 않습니다. 만약 위법한 방법으로 증거를 수집하는 경우 예를 들자면 주거 침입이나 상대방의 잠금 된 핸드폰을 동의를 얻지 않고 확인 하는 행위에 대하여 '형사 처벌 및 민사 책임을 질 수는 있겠지만 증거 능력을 배제할 필요성까지는 없다.'라고 판단합니다. 물론, 예외의 경우가 없지는 않습니다.



07. 마치며..

 
이러한 일이 자주 발생하지 않습니다. 너무 많은 사건 사고에 비해 검·경찰 인력이 부족한 탓에 발생하는 일이라는 생각에 안타까움도 듭니다. 어찌 되었던, 이번 사건으로 너무 분노나 불신의 감정이 들지 않으시길 바라는 마음에 이야기 해보았습니다.
가해자로써 사건에 연루되신 분들은 이러한 기행을 바라지 마시고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되, 과한 처분은 이뤄지지 않도록 전문 변호인과 사건을 면밀히 검토하고 상담하시어 올바른 대응으로 적극적으로 대처하시기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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