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사기와 횡령, 경계에서 길어지는 수사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명재 이재희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사기와 횡령이 애매한 경우에서 수사기관의 수사 기간 및 행정 소요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꿀팁 전수입니다.
판례를 기계적으로 암기한 경험이 있다면, "사횡횡"이라는 말을 한번쯤 들어보셨을텐데요. 즉 사기와 횡령이 애매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라는 아래 링크의 판례에 대한 경찰공무원, 검찰직, 변호사시험 등 수험생들의 암기법입니다.
대법원 1987. 12. 22. 선고 87도2168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부정수표단속법위반
제가 오늘 포스팅을 하게 된 것은 최근 어떤 분이 분명 사기죄로 고소를 했는데, 1년 6개월이 넘게 수사 진행이 없다며, 제게 자문을 구하셔서 말씀하시는 내용을 보니 수사관님이 전형적인 횡령죄 방식으로 수사를 하고 계시더라고요.
아마도 수사관님이 위 판례를 기억하시고, 사기 횡령 헷갈리면 횡령이지, 라는 생각으로 횡령죄 수사를 하고 있어서 오래 걸리게 된 것 같은데요. 사기를 쳐서 편취한 물건을 팔아 먹는 경우, 당연히 뒤의 행위는 횡령이 아니라 사기죄의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불과한 것인데, 위 판례를 결론만 암기하여 적용하다보니, 편취한 물품의 각 처분행위를 다 특정하려고(횡령죄의 수사방식이죠), 오래 시간이 지체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02. 사기와 횡령 구별법
구체적으로 사기와 횡령이 언제나 횡령만 성립하는 것은 아니므로, 사안을 확인하지 않으면 결론을 내기는 어려우나, 사실 사기가 선행하는 경우, 사기가 성립하면 횡령이 성립하지 않고, 사기가 성립하지 않으면 횡령이 성립할 수 있는 그런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제가 예시도 들어드리고, 간단하게 그림도 그렸더니,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수사관님 좋아하시길래, 힘을 얻어 공개적으로 포스팅을 올립니다.
가. 사기죄의 예시
사기와 횡령이 애매하게 보일 때 구별에 관한 간단한 예시입니다.
B라는 사람은 사실 A라는 사람이 특정한 물건을 살 의사가 있는지 있다면 얼마에 사려고 하는지를 전혀 모르고, A에게 해당 물건을 전달할 생각도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B가 해당 물건을 팔고 있는 피해자에게 A라는 사람이 물품을 얼마에 구매하기를 희망하니 자신에게 물품을 넘겨주면, A에게 팔고 판매 대금에서 일부만 수수료조로 빼고, 나머지를 모두 주겠다고 기망하여 피해자로부터 해당 물건을 인도 받았습니다.
위 사례에서 피해자가 B에게 속아 해당 물건을 B에게 넘겨주면 “사기죄”가 성립할 뿐이고, 이러한 법리는 B가 피해자의 집에서 함께 거주하며 살림살이를 함께 쓰고 있는 동거인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B가 A의 동거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갑자기 B의 죄책이 “횡령죄”나 “배임죄”로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나. 사기죄와 횡령죄의 수사 방식차이
2) 두번째는 사기죄와 횡령죄를 제대로 구별하지 않았을 때, 수사기관에서 수사 기간 장기화와 행정 소요(범행 일시 장소 금액 특정하여 범죄일람표 작성)를 일으키는 주범 횡령죄의 수사 방식과 사기죄의 수사 방식 차이입니다.

ex) 개당 1만원짜리 물건을 피해자에게 개당 10만원짜리라고 기망하고 개당 5만원에 파는 단순한 상황을 가정하여 보겠습니다. 이 경우 가해자가 범행으로 편취한 금액은 4만원 물건의 실제 가치인 1만원과의 편취한 금액 5만원과의 차액인 4만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지출한 5만원 전체가 됩니다. 여기에 추가로 해당 물건을 1개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1만개 거래하기로 하였고, 대금을 지불 받는 것이 아니라 개당 5만원짜리 물건 1만개와 교환하기로 하였고, 가해자는 이렇게 확보한 개당 5만원짜리 물건 1만개를 빨리 처분하기 위해 개당 4만원에 여러 사람에게 수 년에 걸쳐 수백, 수천번 판매하여 현금화하였습니다.
위와 같은 예시에서 “사기죄” 사건이라면, 수사기관에서는 가해자가 언제, 어떻게 피해자를 기망하였는지, 피해자가 기망에 따라 착오에 빠져 A 물건과 교환할 B 물건을 가해자에게 언제 어떻게 처분하였는지를 확인하면 구성요건적 행위의 입증은 족하고, 이에 더하여 가해자가 B 물건을 그 뒤에 얼마에 누구에게 각 어떻게 팔았는지(불가벌적 사후행위인 ‘가해자의 처분행위’입니다)는 필수적인 수사의 대상이 아닙니다.
그러나 만약 “(업무상)횡령죄” 사건이었다면, 가해자가 아직 피해자의 소유인 B물건들을 각각 언제 누구에게 얼마에 팔았는지가 각 구성요건적 행위인 ‘영득행위’이므로, 모든 행위를 하나하나 특정하여 수사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판매 행위가 수년간 수백, 수천번 이루어진 경우, 당연히 그런 횡령죄의 수사는 더뎌질 수 밖에 없고, 피의자 스스로도 수백, 수천번의 거래를 모두 정확히 기억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현금 거래 등으로 자료를 남기지 않았으면 더욱 어렵겠습니다).
03. 수사 실무와 해결 팁
“사기죄”는 기망행위와 이로 인한 피기망자의 착오, 착오에 빠진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재산상 처분행위 및 이로 인한 피해자의 손해로 구성됩니다. 즉, “사기죄”는 가해자의 ‘기망행위’를 범죄의 구성요건적 행위로 보기 때문에 ‘기망행위’의 존재를 밝히는 것이 수사의 주요 과제입니다.
반면 “(업무상)횡령죄”는 이미 가해자가 적법한 권원을 가지고 점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소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불법한 영득의 의사’를 외견적으로 드러내는 행위, 즉 ‘영득행위’의 존재를 밝히는 것이 수사의 목적입니다. 따라서 “횡령죄” 수사는 구체적인 ‘영득행위’의 일시, 장소, 횡령액 등을 밝히기 위해, 재고 물품의 각 사적 처분 시기와 수량 등을 특정하고, 이에 대한 피의자의 변소를 듣고, 수사기관에서 그 당부를 판단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결론! 만약 여러분이 사기로 누군가를 고소하였는데, 수사가 너무 진행되지 않는다든가, 아니면 사기죄로 고소를 당했는데, 물건의 처분을 하나하나 소명하라는 요구를 받는다면, 수사기관이 "사기"를 "횡령"으로 수사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럴 때 괜히 수사관님 교체하라고 청문감사관실 민원 넣지 마시고,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 법리 설명을 해줄 수 있는 변호사를 찾아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