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어 정리
피무고자 : 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
피고인 : 무고의 혐의로 재판 중인 사람
01. 관련 사례
피고인과 피무고자는 논술 지도를 받는 학생과 선생이었습니다.
피고인은, 과거 학생이던 자신을 선생인 피무고자가 강간하여 상해를 입히고, 그 무렵부터 수해 간 강간하였으며, 피고인의 의사에 반하여 성관계 영상을 촬영하고, 피고인으로부터 거액을 갈취하였다는 내용으로 피무고자를 고소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피무고자에게 무혐의가 나오자, 피무고자는 피고인을 무고로 고소하게 됩니다.
원심은 이 사건의 피고인이 작성한 일기, 이메일, 동영상, 문자메시지 등 여러 자료를 종합하여 '피고인과 피무고자가 연인관계였기 때문에 둘 사이에 있었던 일은 합의된 일이며, 따라서 무고죄가 성립한다'라고 판단했는데요.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성폭행 등의 사건에서 무죄나 불기소 판결이 내려졌다는 이유로 곧바로 무고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단순히 무죄가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이 거짓말을 했다고 단정하기엔 무고의 증거가 부족하다고 본 셈입니다.
무고죄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는, 성범죄 피해를 신고한 사람이 처한 특별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며, '진짜 피해자라면 이렇게 행동했을 것이다'라는 추상적인 기준만으로 피해자의 신고 내용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결국, 대법원은 원심의 결정을 파기환송 했습니다.
02. 무고죄, 입증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가 피해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위와 같은 법리는,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사람이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사실에 대하여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불기소처분되거나 무죄판결이 선고된 경우 반대로 이러한 신고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여 무고죄가 성립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사람이 처하였던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아니한 채 진정한 피해자라면 마땅히 이렇게 하였을 것이라는 기준을 내세워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점 및 신고에 이르게 된 경위 등에 관한 변소를 쉽게 배척하여서는 아니 된다.
<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1도2656 판결 [무고] 발췌>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벌이나 징계를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고소했을 경우 성립하는 죄입니다.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무고죄는 신고한 사람이 허위임을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성립한다'라고 하였는데요.
즉, 무고로 신고할 때 '상대방이 고의로 거짓 신고를 했다는 점'을 명확하게 입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형법
제11장 무고의 죄
제156조(무고)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따라서, 무고는 허위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이 고소인과 수사기관에 있습니다.
03. 내 사건이 증거 불충분 무혐의가 나오면, 상대방 무고죄로 고소할 수 있을까?
단순히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가 나왔다고 해서 무고죄가 무조건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증거가 부족해 무혐의가 나온 것이지, 해당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던 사건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기 때문인데요.
특히, 기소유예의 경우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정상 참작한 것이므로 무고죄는 더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간혹, 무혐의가 나왔을 때 변호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 개인적으로 고소하는 분들도 있는데요.
상대방이 무고하였다는 정확한 입증 자료와 사실관계 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고죄 고소를 하게 되면 역으로 무고 고소를 당할 수 있음을 꼭 명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