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풍속도, '임장 크루'와 중개업계의 피로도]
안녕하세요. 당신 근처의 변호사, 법무법인 명재 총괄대표를 맡고 있는 이재희 변호사입니다.
여러분, 요즘 부동산 시장에서 ‘임장 크루’라는 단어를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이는 부동산 시세를 파악하거나 지역을 공부하기 위해 현장 매물을 둘러보는 사람들의 모임을 뜻합니다. 최근 SNS와 유튜브를 통해 임장을 일종의 ‘재테크 공부’나 취미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실제로 집을 살 생각은 없으면서 이리저리 매물만 구경하러 다니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이러다 보니 현장의 공인중개사 사무소들은 임장 크루 때문에 극심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매수 의사가 전혀 없는 사람들을 위해 아까운 시간을 쓰고, 매도인과 까다롭게 일정을 조율하고, 현장을 성실히 안내해도 결국 계약은커녕 연락조차 두절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공들여 집을 보여주었더니 나중에 블로그나 커뮤니티에 '임장 후기 리뷰'만 달랑 올라오고 끝나는 해프닝도 비일비재합니다.
[02.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임장비' 도입 추진과 갈등 사례]
중개업계 내에 피로도가 극에 달하자, 결국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측은 '집을 소개하고 안내할 때마다 일정한 수수료를 받자'는 취지로 ‘임장비(매물 안내비)’ 도입을 수면 위로 추진하고 나섰습니다.
실제로 현재 일부 지역의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임장비를 요구받았다는 폭로와 함께 '임장비 요구 부동산 리스트'가 빠르게 퍼지며 이슈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 현장 갈등 사례
서울 송파구의 한 오피스텔 매물을 보러 간 소비자가 중개업소로부터 "이 매물은 이동 거리가 왕복 2시간이라 출장비 명목으로 3만 원이 필요하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소비자가 "계약 전인데 그런 비용까지 부담하기는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자, 중개인은 "그럼 다른 집을 알아보시라"며 매물 자체를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소비자는 집을 둘러보지도 못했고 계약 기회조차 상실되었습니다.
[03. 임장비 도입이 가져올 법리적·제도적 모순점]
공인중개사 입장에서 투여한 노력과 시간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원한다는 취지는 십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법률가의 시각에서 볼 때, 이 '임장비'라는 개념이 과연 기존 사법 체계와 중개제도 안에서 정당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 첫째, 중개보수의 기본 성격과의 충돌입니다.
공인중개사는 계약이 성사되면 중개보수를 매도인과 매수인 양쪽 모두에게서 받습니다. 이 중개보수는 법정 거래가액에 비례하여 최대 상한 금액이 정해져 있으며, 실무에서는 중개 과정에 투입된 실질적 노동 강도나 시간과 관계없이 가액 기준으로 일괄 청구하는 관행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 참고로 저는 변호사이기 때문에 매물의 권리분석이나 하자 확인, 계약서 작성을 스스로 완벽히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인중개사가 아무런 사전 조율 없이 무조건 상한요율 그대로 복비를 청구하면, 그간 들인 노력과 실질적 비용을 고려하여 적절히 조율하자고 정중히 협상하는 편입니다. 반면, 정말 성사되기 어려운 까다로운 계약을 중개사의 탁월한 능력으로 성사시켜 주었다면 상한액은 물론 알파(+α)의 인센티브까지 흔쾌히 지급합니다.)
- 둘째, '행위별 수가제'로의 전환에 따른 모순입니다.
중개사 협회 측은 임장비를 별도로 받되 계약이 성사되면 해당 금액을 최종 중개보수에서 차감해 주겠다는 대안을 제시합니다. 중복 과금은 아니라는 해명이지만, 이는 사실상 중개업을 '행위별 과금(계약서 작성 얼마, 광고 얼마, 매물 안내 얼마)' 체계로 바꾸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 셋째, 정산의 현실적 불가능성입니다.
소비자가 집을 보러 갈 때 딱 한 곳만 보지 않습니다. A, B, C, D, E 등 여러 매물을 둘러본 후 최종적으로 A를 계약하기로 결정했다면, A 중개보수에서 나머지 B, C, D, E의 임장비까지 전부 공제해 줄 것인가의 문제가 남습니다. 또한 매물을 적극적으로 노출해야 하는 매도인(임대인)과 매수인(임차인) 중 과연 누구에게 임장비를 부과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기준도 모호합니다.
기본적으로 100억 원짜리 빌딩 매매계약이나 10억 원짜리 아파트 매매계약이나 중개사가 투입하는 물리적 노동의 강도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즉, 중개업은 단순 고용계약이 아니라 위임과 도급의 복합적 성질을 가지며, 노동 시간이 아닌 '거래 성사'라는 성과와 '거래가액의 리스크'에 비례하여 보수가 책정되어 온 역사가 있습니다. 임장비를 노동과 시간 단위로 부과하겠다면, 향후 전체 중개수수료 역시 가액 비례가 아닌 투입 시간과 비용에 따라 책정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일관된 방향입니다.
[04. 공정하고 투명한 부동산 시장을 위한 실전 제언]
만약 제가 임차인이나 매수인으로서 집을 보러 가기 전이라면, 저는 성과보수가 아닌 단순 노동 대가로 임장비를 따로 요구하는 중개업소는 기피하고 임장비가 없거나 성과 중심인 곳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따라서 만약 국회나 정부 차원에서 임장비를 공식적으로 법제화하고자 한다면, 이에 발맞추어 "중개수수료 역시 투입한 시간, 비용, 노동의 대가에 따라 산정하고 이를 사전에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공지하여야 한다"는 의무 규칙을 반드시 세트로 법제화해야 합니다. 행위별로 돈을 받겠다면, 전체 총액 규제 역시 노동 가치에 맞게 재조정되는 것이 사법 정의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임장 크루의 등장이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변화와 갈등을 불러오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응하는 방식은 제도와 현실, 그리고 무엇보다 '소비자 신뢰' 사이의 균형을 깨뜨려서는 안 됩니다. 중개업은 단순한 서비스 매칭이 아니라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이 오가는 자산 거래의 안정성과 신뢰를 다루는 막중한 업역입니다.
모두가 수긍할 수 있도록 제도가 투명하게 개선되기를 바라며,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권리분석이나 계약서 조항 검토, 혹은 중개보수 분쟁으로 법적 조력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법무법인 명재의 문을 두드려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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