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직접 살겠다며 갱신을 거절했다면?]
안녕하세요. 상쾌한 배변 배진성 변호사입니다.
최근에는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겠다는 이유로 세입자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해 2년 더 거주하고 싶어도 집주인이 직접 들어와 살겠다고 하면 갱신이 거절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집주인이 실제로 들어와 살다가 2년이 지나기 전에 다른 세입자에게 다시 전세를 놓았다면 어떨까요?
최근 대법원에서 이러한 문제에 관한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집주인은 약 14개월 동안 실제로 거주했지만, 결국 기존 세입자에게 약 3,000만 원을 배상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이 사건에서 1심과 항소심의 판단이 달라진 이유, 그리고 대법원이 정리한 '정당한 사유'의 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실제로 14개월을 거주한 집주인에게 손해배상 청구]
이번 사건의 세입자는 서울의 한 아파트에 보증금 6억 6,000만 원으로 전세계약을 체결해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계약기간이 끝나갈 무렵 세입자는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했습니다.
그러나 집주인은 자신이 직접 들어와 살겠다는 이유로 갱신을 거절했습니다.
결국 세입자는 집을 비워주고 다른 곳으로 이사했습니다.
이후 집주인은 해당 아파트로 들어와 약 14개월 동안 실제로 거주했습니다.
그런데 경제적인 사정이 생기면서 다시 다른 세입자에게 아파트를 임대했습니다.
새로운 전세보증금은 8억 2,000만 원이었습니다.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했다면 거주할 수 있었던 기간이 끝나기 전에 제3자와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입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기존 세입자는 집주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집주인도 실제로 살았는데 왜 문제가 됐을까?]
이번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집주인이 처음부터 세입자를 내보내려고 거짓말을 했다고 단정할 수 있는 사건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해당 아파트에서 1년 넘게 거주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후 다른 주택의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집주인은 다른 다가구주택의 세입자들이 퇴거하면서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고, 이를 마련하기 위해 자신이 살고 있던 아파트를 다시 전세로 내놓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억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들어와 살았고, 이후 다른 세입자의 보증금을 반환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으니까요.
그러나 기존 세입자 입장에서도 사정은 다릅니다.
법에서 보장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했지만 집주인이 직접 거주한다는 이유로 갱신을 거절당했습니다.
그런데 집주인이 갱신되었을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전세를 놓았다면 자신이 보장받을 수 있었던 주거기간을 잃은 셈입니다.
결국 집주인이 내세운 경제적인 사정이 법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되었습니다.
[1심은 집주인의 정당한 사유를 인정했다]
먼저 1심 법원은 집주인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집주인이 단순히 실거주하겠다고 주장한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14개월 이상 거주했다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또한 다른 주택의 세입자들이 한꺼번에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한 사정도 살펴봤습니다.
당시 전세사기 문제가 사회적으로 크게 대두되면서 보증금 반환에 관한 불안이 커졌다는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1심은 이러한 상황이 집주인으로서는 갱신거절 당시 예상하기 어려웠던 사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집주인이 다른 사람에게 전세를 놓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아 세입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항소심에서는 결론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대법원이 밝힌 정당한 사유의 두 가지 기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5항은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한 뒤, 갱신되었을 기간이 끝나기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임대했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때 정당한 사유가 무엇인지가 중요합니다.
대법원은 2026년 9월 10일 선고한 2026다203203 판결에서 그 판단 기준을 정리했습니다.
첫 번째는 예측할 수 없었던 사정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계약갱신을 거절할 당시에는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 이후 발생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제3자에게 임대하는 것이 불가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상하지 못한 사정이 발생했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면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사정이 있었다는 사실은 집주인이 증명해야 합니다.
즉 집주인이 사정이 어려워졌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은 예측할 수 없었던 일일까?]
항소심은 집주인이 내세운 보증금 반환 문제를 다르게 판단했습니다.
다른 주택의 세입자들이 퇴거하면서 보증금을 반환해야 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보증금은 집주인이 계약갱신을 거절할 당시에도 이미 반환의무가 예정된 돈이었습니다.
임대차계약이 끝나면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사실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세입자들이 퇴거하면서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다는 사정만으로 갱신거절 당시 예측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 어렵거나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해졌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항소심은 집주인이 자신의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전세를 놓는 방법을 선택했다면, 그 선택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도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대법원 역시 이러한 항소심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고 집주인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실거주했더라도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손해배상]
이번 판결에서 중요한 점은 집주인이 실제로 거주했다는 사실만으로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한 뒤 14개월 동안 거주했더라도, 갱신되었을 기간 내에 제3자에게 임대했다면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다시 살펴봐야 합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다른 주택의 보증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경제적인 사정이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항소심은 집주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고, 대법원도 이를 확정했습니다.
그렇다면 세입자는 얼마를 배상받게 되었을까요?
[실제 배상액 약 3,080만 원, 계산상 금액은 약 4,400만 원]
이번 사건에서 세입자가 인정받은 손해배상액은 30,799,992원입니다.
약 3,080만 원입니다.
그런데 법률에서 정한 계산 방식에 따르면 더 큰 금액이 산정되는 사건이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6항은 손해배상액에 관하여 별도의 합의가 없다면 세 가지 금액 중 큰 금액을 기준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갱신거절 당시 환산월차임의 3개월분입니다.
다른 하나는 새로운 임대차의 환산월차임과 갱신거절 당시 환산월차임 차액의 2년분입니다.
마지막은 갱신거절로 세입자가 실제로 입은 손해액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이 두 번째 방식을 적용해 산정한 금액은 43,999,992원이었습니다.
약 4,400만 원입니다.
새로 임대한 주택의 보증금과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 각각의 기준 시점에 적용되는 환산율을 반영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실제 판결금액은 약 3,080만 원이었습니다.
세입자가 그 금액을 청구했기 때문에 법원 역시 청구한 범위에서만 손해배상을 인정한 것입니다.
따라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에는 법에서 정한 계산 방식을 확인하고 청구금액을 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사한 뒤 집주인이 다른 세입자를 들였는지 확인하는 방법]
그렇다면 집을 비워준 기존 세입자는 집주인이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에게 다시 임대했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이를 확인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당한 종전 세입자는 확정일자 부여기관에 관련 임대차 정보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주민센터 등에서 이용할 수 있는 절차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은 이러한 종전 세입자를 정보제공을 요청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갱신되었을 기간 중에 존속하는 새로운 임대차계약의 확정일자와 보증금, 차임, 임대차기간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제도로 현재 그 집에 누가 실제로 거주하는지를 모두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임대차계약이 체결되고 확정일자가 부여되었는지를 확인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절차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만약 기존 집주인이 다른 사람에게 임대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계약갱신을 거절한 시점과 새로운 임대차계약의 체결 시점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집주인이 다시 세를 놓았다면 무조건 손해배상을 받을까?]
다만 집주인이 다시 전세를 놓았다고 해서 모든 사건에서 손해배상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에서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예외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사유가 갱신거절 당시 예측할 수 없었던 것인지, 다른 사람에게 임대하는 것이 불가피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집주인이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다시 전세를 놓았다는 주장을 했지만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반대로 실제로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발생했고 제3자에게 임대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까지 증명된다면 결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세입자 입장에서는 계약갱신을 요구했다는 사실과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는 자료를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후 새로운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었는지, 그 시점이 갱신되었을 기간 안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거주 갱신거절,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보호한 대법원 판결]
오늘은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한 집주인이 약 14개월 동안 실제로 거주한 뒤 다른 세입자에게 전세를 놓은 사건을 살펴봤습니다.
1심은 집주인의 경제적인 사정을 고려해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대법원도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결국 집주인에게 약 3,080만 원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이번 판결은 임대인이 실제로 거주했다는 사실만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계약갱신을 거절한 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사정이 있었고, 제3자에게 임대하는 것이 불가피했다는 점까지 증명해야 합니다.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당한 세입자라면 이사한 이후에도 새로운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었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반대로 집주인이라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한 뒤 다시 임대할 경우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오늘 판결이 유사한 분쟁을 겪고 계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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