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방뇨를 제지했다가 목을 졸린 주유소 직원]
안녕하십니까. 형사 전문 변호사 최한겨레입니다.
상대방이 먼저 폭행해 이를 막으려고 반격했는데, 오히려 상해 혐의로 조사를 받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은 주유소 직원이 고무망치로 상대방의 머리를 때리고도 무죄를 선고받은 서울북부지방법원 사건을 소개하겠습니다.
2025년 1월 새벽 1시 40분경, 한 남성이 주유소 벽에 노상방뇨를 했습니다. 직원이 이를 제지하자 남성은 화를 내며 사무실까지 따라 들어와, 의자에 앉아 있던 직원의 목과 턱을 강하게 눌렀습니다.
직원은 숨이 막히고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는 상황에서 책상 위에 있던 고무망치로 남성의 머리를 한 차례 가격했습니다.
남성은 약 2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습니다. 직원은 추가로 망치를 휘두르지 않고 남성을 사무실 밖으로 밀어냈지만, 남성은 밖에서도 직원을 넘어뜨리고 얼굴과 몸을 폭행했습니다. 이로 인해 직원은 코뼈가 부러지는 등 상해를 입었습니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 남성은 자신도 다쳤다며 역고소까지 했고, 결국 직원 역시 특수상해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고무망치로 반격했는데도 무죄가 나온 이유]
서울북부지방법원은 먼저 폭력을 행사한 남성에게 징역 6개월을, 고무망치로 반격한 직원에게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핵심은 직원의 행동이 공격을 멈추게 하기 위한 방어였는지에 있었습니다.
첫째,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직원은 좁은 사무실에서 갑자기 목을 졸렸습니다. 목을 강하게 누르는 행위는 단순히 아픈 정도를 넘어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위험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직원이 심각한 위협을 느낄 만한 상황이었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공격을 벗어나기 위한 최소한의 반격이었습니다.
직원은 고무망치로 단 한 차례 가격했고, 목 졸림에서 벗어난 후에는 더 공격하지 않았습니다. 상대방을 쫓아가 보복한 것도 아닙니다.
이는 공격을 끝내기 위한 행동인지, 화가 나서 되갚은 행동인지를 가르는 중요한 사정입니다.
셋째, 새벽 시간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고려되었습니다.
사건은 주변에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 새벽 시간에 발생했습니다. 낯선 사람이 갑자기 사무실에 들어와 목을 조르는 상황이라면 극심한 공포와 당황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정당방위와 면책적 과잉방위는 어떻게 다를까?]
형법 제21조 제1항은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막기 위한 행위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합니다.
정당방위가 반드시 공격을 피하거나 손으로 막는 행동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한 적극적인 반격도 상황에 따라 정당방위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방어의 정도가 다소 지나쳤다면 어떨까요?
형법 제21조 제3항은 야간이나 그 밖의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경악·흥분·당황으로 방어의 정도를 초과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도록 합니다. 이를 면책적 과잉방위라고 합니다.
두 개념은 구별해야 합니다.
- 정당방위: 방어행위의 상당성이 인정되어 위법성이 없어지는 경우
- 면책적 과잉방위: 방어의 정도를 넘었더라도 특별한 심리상태와 상황 때문에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 경우
이 사건에서 법원은 직원의 반격을 정당방위로 보았고, 설령 다소 과했다고 보더라도 야간의 공포와 당황 속에서 이뤄진 면책적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고무망치를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다만 야간에 발생한 사건이라고 해서 모든 반격이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폭행한 남성이 징역 6개월을 받은 이유]
반대로 먼저 폭력을 행사한 남성은 노상방뇨를 제지받았다는 이유로 폭행을 시작했고, 사무실 밖으로 나온 뒤에도 직원에게 폭행을 이어갔습니다.
그는 과거 사기죄로 복역한 뒤 형 집행을 마친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누범 기간에 다시 범행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와의 합의 및 처벌불원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서도 폭행 경위, 반복된 공격, 직원의 상해 정도와 누범 전력을 종합해 징역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정당방위를 주장할 때 확인해야 할 사항]
상담하다 보면 "상대방이 먼저 때렸는데 왜 저도 처벌받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그러나 상대방이 먼저 때렸다는 사실만으로 정당방위가 자동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다음 사항을 확인해야 합니다.
- 공격의 시작과 진행: 누가 먼저 어떤 공격을 했으며, 반격 당시에도 위험이 계속되고 있었는지
- 반격의 필요성과 정도: 공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행동을 몇 차례 했는지, 위협이 끝난 뒤 추가 폭행은 없었는지
-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 야간인지, 좁거나 고립된 장소인지,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는지
- 객관적 증거: CCTV, 피해 사진, 진단서, 신고 내역과 목격자 진술 등을 확보할 수 있는지
특히 수사기관에서는 "제가 때린 것은 맞습니다"라는 말만 남기기보다 왜 반격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당시 상황에 맞게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설명해야 합니다.
폭행 사실을 인정하는 것과 범죄 성립을 인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사건에서 합의를 거부하거나 반드시 재판까지 가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증거와 법리를 검토한 뒤 정당방위를 주장할지, 합의를 진행할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갑작스러운 공격을 막다가 폭행·상해 혐의를 받게 되셨다면, 섣불리 모든 책임을 인정하기 전에 정당방위 또는 면책적 과잉방위가 성립할 수 있는지 검토하시기 바랍니다.
형사 전문 변호사 최한겨레가 사건 경위와 증거를 면밀히 살펴 대응 방향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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