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를 압수당했다면 수사기관이 모든 정보를 볼 수 있을까?]
안녕하세요. 당신 근처의 변호사, 법무법인 명재 이재희 변호사입니다.
수사기관이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면 휴대전화 안에 저장된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휴대전화에는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 대화뿐 아니라 사진, 위치정보, 검색기록 등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정보가 방대하게 저장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적법하게 휴대전화를 압수했더라도 그 안에 있는 모든 정보를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은 전자정보 압수수색의 범위와 절차를 살펴보고, 어떠한 경우 수집한 자료를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는지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전자정보 압수수색, 범죄 혐의와 관련된 정보만 확인해야 한다]
먼저 대법원 2011년 5월 26일 자 2009모1190 결정입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건과 관련하여 전자정보 압수수색의 적법성이 문제 된 사안입니다.
대법원은 컴퓨터나 저장매체를 압수수색할 때 원칙적으로 영장에 기재된 범죄 혐의와 관련된 정보만 선별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수사기관은 관련 정보를 출력하거나 필요한 파일을 복제하는 방식으로 압수수색해야 합니다.
저장매체에 저장된 모든 파일을 무조건 복제하거나 수사기관으로 가져가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기 어렵거나 전문적인 기술적 조치가 필요한 경우 등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저장매체 자체를 반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자정보를 탐색하고 복제하는 과정에서는 피압수자나 변호인의 참여권을 보장하는 등 적법한 절차를 지켜야 합니다.
압수한 전자정보의 목록을 작성하여 교부하는 절차도 중요합니다.
결국 휴대전화 자체를 적법하게 압수했다는 사실과 그 안의 개별 정보를 적법하게 확보했다는 사실은 구분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경찰서로 가져가 분석하는 과정에서도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
그렇다면 저장매체를 수사기관 사무실로 가져간 뒤 분석하는 경우는 어떨까요?
대법원은 2015년 7월 16일 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이 문제를 다뤘습니다.
수사기관이 저장매체를 현장에서 확보한 뒤 사무실로 가져가 복제본을 만들고 관련 파일을 탐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탐색·복제·출력 과정까지도 하나의 압수수색 절차라고 판단했습니다.
현장에서 기기를 가져오는 것으로 영장 집행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수사기관 사무실에서 전자정보를 분석하더라도 원칙적으로 피압수자나 변호인에게 참여할 기회를 보장해야 합니다.
또한 범죄 혐의와 무관한 정보를 임의로 복제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이러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면 실제로 범죄 혐의와 관련된 정보만 확보했더라도 압수수색의 적법성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압수수색 영장에 스마트폰이 없다면 압수할 수 있을까?]
압수수색에서는 영장에 어떤 물건이 기재되어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대법원 2024년 9월 25일 자 2024모2020 결정에서는 영장에 컴퓨터, 노트북, 태블릿, USB, 외장하드 등이 압수 대상으로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사기관은 이 영장을 근거로 휴대전화까지 압수했습니다.
대법원은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물건의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휴대전화는 정보저장매체의 기능을 갖고 있지만 단순한 컴퓨터나 USB와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특히 스마트폰에는 통화와 문자메시지, SNS 대화, 개인 일정, 위치정보 등 통신과 사생활에 관한 광범위한 정보가 저장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영장의 압수 대상에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영장만으로 휴대전화의 전자정보를 압수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수사기관이 영장에 기재된 내용을 피압수자에게 불리하게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휴대전화를 자발적으로 제출했다면 모든 정보에 동의한 것일까?]
이번에는 영장이 아니라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한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대법원 2021년 11월 18일 선고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피고인 소유의 휴대전화 두 대를 경찰에 제출했습니다.
경찰은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최초 신고 내용과 다른 시기, 다른 피해자들에 관한 불법촬영 자료까지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별도의 영장 없이 해당 자료를 복제했습니다.
대법원은 제3자가 피의자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했다고 해서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 전부에 대한 압수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제출 범위에 관한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다면 최초 임의제출의 원인이 된 범죄 혐의와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관련된 정보에 한정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전자정보를 탐색하고 복제하는 과정에서는 피의자에게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압수목록을 교부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새롭게 발견된 다른 피해자들의 불법촬영 자료에 대해 이러한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고, 최초 혐의와의 관련성도 인정하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해당 자료의 증거능력이 부정되었고, 관련 공소사실에 대한 무죄 판단이 유지되었습니다.
[압수한 전자정보를 다른 범죄 수사에 다시 사용해도 될까?]
수사기관이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하다 보면 원래 수사하던 사건과 무관한 범죄의 단서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발견한 자료를 다른 사건의 수사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 2022년 1월 14일 자 2021모1586 결정에서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범죄 혐의와 무관한 전자정보까지 일괄 복제하여 보관한 문제가 다뤄졌습니다.
대법원은 범죄 혐의와 관련된 정보만 선별해야 하고, 영장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무관한 정보는 삭제·폐기하거나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관련성을 구분하지 않고 전체 파일을 하나의 압축파일로 보관하면서 개별 파일의 상세목록도 제대로 작성하지 않았다면 압수수색이 위법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압수수색이 끝난 뒤 원래 사건과 무관한 정보를 계속 보관하다가 새로운 범죄 수사에 활용하는 것은 사실상 영장 없이 다시 수색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수사기관이 휴대전화를 한 번 적법하게 압수했다고 해서 모든 정보를 계속 보관하고 다른 사건에 사용할 권한까지 확보하는 것은 아닙니다.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를 보고 법정에서 자백했다면?]
그렇다면 위법하게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피고인이 법정에서 범행을 인정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대법원 2025년 1월 9일 선고 2024도12689 판결에서 이 문제가 다뤄졌습니다.
이 사건은 분실된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전자정보를 바탕으로 마약 범죄 수사가 시작된 사안입니다.
택시기사가 분실된 휴대전화를 경찰에 제출했고, 경찰관은 휴대전화에 저장된 정보를 확인하던 중 마약 거래가 의심되는 대화를 발견했습니다.
이후 수사기관은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대화 등을 탐색하고 복제하여 관련 피고인을 특정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않았고, 휴대전화 소유자에게 참여 기회도 보장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해당 대화 내용을 제시받았고, 법정에서는 공소사실에 기재된 행위 자체를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항소심은 카카오톡 대화 자료는 위법수집증거라고 보면서도 법정진술은 별도의 증거로 인정하여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위법수집증거의 영향이 법정진술까지 이어졌다면]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를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칙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뿐 아니라 이를 기초로 확보한 2차적 증거에도 적용된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이번 마약 사건에서는 위법하게 확보한 카카오톡 대화가 수사의 출발점이자 핵심 증거였습니다.
수사기관은 해당 대화를 통해 피고인을 특정했고, 피고인신문 과정에서도 대화 내용을 제시했습니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법정에서 범행을 인정했다고 하더라도 그 진술이 위법하게 수집한 자료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법정진술 역시 위법수집증거에서 비롯된 2차적 증거로서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습니다.
다만 위법수집증거가 존재한다고 해서 이후 이루어진 모든 진술의 증거능력이 자동으로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별도의 독립된 증거에 기초하여 진술이 이루어지는 등 위법한 증거수집과의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달리 판단될 수 있습니다.
[다른 범죄 자료가 발견되어도 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
그렇다고 압수수색 중 새롭게 발견한 자료는 모두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핵심은 영장에 기재된 범죄 혐의와 새롭게 발견한 전자정보 사이에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관련성이 인정되는지입니다.
대법원 2025년 6월 12일 선고 2023도11395 판결에서는 불법촬영물의 소지·유포 혐의로 압수한 하드디스크에서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이 발견된 사안이 문제 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영장에 기재된 압수 대상과 범죄 혐의의 내용,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 등을 고려해 관련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해당 사건에서는 영장의 압수 대상에 아동성착취물 관련 전자정보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수사 중 발견된 자료가 최초 혐의와 구체적으로 관련되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별도의 영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관련성이 없는 별개의 범죄 자료를 우연히 발견했다면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별도의 영장을 발부받는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압수수색을 받게 된다면 확인해야 할 사항]
오늘 소개한 판례들을 종합하면 휴대전화 압수수색에서 중요한 것은 영장의 범위와 전자정보 확보 절차입니다.
실제로 압수수색을 받게 된다면 먼저 영장에 어떤 범죄 혐의와 압수 대상이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가 압수 대상에 포함되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휴대전화를 수사기관으로 가져가 분석하는 경우라면 전자정보 탐색·복제 과정에서 본인이나 변호인에게 참여할 기회가 보장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압수한 전자정보의 상세목록이 제대로 작성되어 교부되었는지도 중요합니다.
임의제출을 요구받았다면 어떤 목적으로 휴대전화를 제출하고 어느 범위의 정보 제공에 동의하는지 명확하게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압수수색이 진행되었다면 실제 집행 과정과 참여권 보장 여부, 압수된 자료의 범위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절차상 문제가 있다면 해당 자료를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 다툴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휴대전화 압수수색은 기기를 확보하는 과정뿐 아니라 그 안의 정보를 어떻게 탐색하고 복제했는지까지 살펴봐야 하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관련 수사를 받고 계신다면 가능한 한 이른 시점에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적법한 절차가 지켜졌는지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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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일상에서 궁금할 수 있는 법률 문제와 주요 판례들을 알기 쉽게 전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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