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세입자들이 입주한 신림동의 한 빌라를 향했습니다.
곳곳에 분쟁 중이라는 안내문이 있고요. 한두 군데가 아니라 여러 곳에 알리고 있었습니다.
[기자]
엘리베이터도 무슨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요. 엘리베이터도 작동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앵커]
우선 세입자들을 만나봐야겠습니다.
이 집에 거주하고 있는 호준 씨는 꿈에 그리던 전셋집으로 이사했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답니다. 당시 얼마 없었던 신축 건물이었다고 하는데요.
[박호준 / 피해자 1]
지어진 지 얼마 안 됐었어요. 2018년도에 지어져서 제가 입주했을 때는(새 건물이었죠.)
[기자]
전세보증금은 얼마였어요?
[박호준 / 피해자 1]
2억 3천만 원이요.
한동안은 괜찮았어요. 그렇게 큰 문제는 없었는데….
[앵커]
그러나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박호준 / 피해자 1]
이거로 인해서 이 사태가 시작된 거죠.
"불법으로 점유했으니 나가라" 뭐 이런 내용이 적혀있어요.
[앵커]
쉽게 이야기하자면, (협조문에 적힌 내용은) 현재 불법으로 거주 중이니 나가달라는 겁니다.
[박호준 / 피해자 1]
임대인이 이 건물을 신탁 건물로 해놓은 거죠. 본인(임대인)이 신탁에 이자를 한 2개월 정도 밀려서 이 건물의 우선 수익자인 은행이 방을 빼라 명도 소송을 하겠다고 한 거예요.
[기자]
박준호(가명) 씨만 나가면 되는 겁니까?
[박호준 / 피해자 1]
아니죠, 임차인 분들 모두 이런 상황입니다.
[앵커]
같은 협조문을 받은 해당 건물의 세입자가 무려 16명에 달합니다.
[피해자 2]
저는 29살이고, 직장 다니고 있고요. 전세금 1억 들었어요.
[피해자 3]
저는 보증금 1억 원, 월세 25만 원에 들어왔어요.
[피해자 4]
33살, 사회 초년생이고 보증금 1억에 들어왔습니다.
[앵커]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다 합하면 총 30억 원대가 나옵니다.
[피해자 3]
임차인 쪽 공인중개사와 집주인 쪽 공인중개사가 있으니까 안전할 거라고 생각을 했었고, 잘 찾아보고 왔구나! 안심했는데….
[피해자 2]
등기부 등본 볼 때 을구를 보면 채무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해서 봤는데, (을구가) 깨끗하면 당연히 문제가 없는 물건이라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앵커]
큰 금액인 만큼 신중했다는 이야기죠.
등기부 등본부터 집주인의 채무 관계까지 꼼꼼하게 확인했답니다.
[피해자 4]
집주인과 직접 계약을 했는데, 그 계약서는 말 그대로 허공에다 대고 계약을 한 셈이죠.
[피해자 3]
제가 계약한 사람이랑 실제 여기 주인은 다른 사람인 거잖아요.
[피해자 2]
사실 집주인은 한 명이죠. 바로 '신탁회사'.
[앵커]
집주인이 집주인이 아니다?
계약서상 임대인이 직접 소유권을 가진 집주인이 아니라는 겁니다.
해당 건물은 담보 신탁된 부동산이기 때문인데요.
[기자]
계약 당시 신탁 부동산인 걸 알았나요?
[피해자 2]
거의 모든 세입자가 신탁 부동산인 걸 알고 신탁 말고 조항을 (특약사항에) 걸고 들어왔어요.
[앵커]
중요한 것은 신탁 원부의 확인입니다.
세입자들은 공인중개사에게 이를 고지받지 못했다고 주장합니다.
[기자]
세입자들이 계약 당시 계약했던 전세 계약서를 확보했습니다.
이 계약서는 문제가 없는 건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당시 계약서를 토대로 인근 공인중개사들에게 물어봤습니다.
[공인중개사 1]
이 계약서만 보면 별 이상은 못 찾겠어요.
[공인중개사 2]
다른 특별한 사항은 없어요.
[기자]
특약사항에 보면, 신탁 등기 말소 관련 항목이 있잖아요.
[공인중개사 3]
잔금 치르는 날 말소되는 조건으로 들어가는 거죠. 별문제는 없어 보이는데요?
[앵커]
별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이야기, 사실일까요?
먼저 이 신탁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습니다.
[이재희 변호사 / 법무법인 명재 총괄 대표 변호사]
신탁 유형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관리신탁과 담보신탁이 있는데요. 관리신탁의 경우에는 소유권과 관리권이 모두 신탁회사에 있는 반면에, 담보신탁은 소유권은 신탁회사에 넘어가지만, 관리권은 여전히 위탁자에게 남아있는 경우입니다.
담보신탁의 경우에는 위탁자와 (임대차 계약을) 맺는 게 맞습니다. 다만 여기에 (신탁회사의) 사전 동의가 필요할 뿐이죠. 이 사람은 집주인이 아니고, 위탁자에 불과합니다.
[앵커]
우선 수익권자의 신탁회사가 입대차에 동의하지 않았을 경우, 임대 계약 자체가 무효라는 얘기죠. 계약 당시 신탁됐다는 임대 계약에 동의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답답한 마음에 세입자들은 임대인을 찾아가 보는데요.
[피해자들]
최민혁(가명) 씨, 계세요?
[임대인]
왜 이렇게 다 왔어요, 또?
[앵커]
그에게 답변을 들을 수 있을까요?
[임대인]
문제 해결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피해자들]
저희랑 임대차 계약할 때 신탁 원부 받은 사람 아무도 없었고요. 임대차 계약 때 저희 전세 자금으로 신탁 말소 특약을 해주기로 약속한 거잖아요.
[임대인]
(신탁 말소를) 하질 못해요.
아무도 안 들어오면 안 되잖아. 일단 (세입자를) 받아야지! 그 집을 2억 3천만 원에 (전세를 내놓으면) 아무도 안 들어와요. 근데 1억 원이라고 하니까 다들 싸니까 들어오는 거예요. 그래서 그러면 싸게 반전세라도 받자는 생각에 여러분을 만나게 된 거예요. 대신 문제 해결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고 있다는 거예요. 빨리 집을 팔자…. 국가가 집을 사고파는 것을 다 결정해요. 내 마음대로 못 팔아. 몰랐어요? 지금 상황이 이해가 안 가시냐고요.
[앵커]
오히려 언성이 좀 높아지죠.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지만 세입자들이 원하는 답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기자]
세입자들은 대부분 2019년에 계약을 했고, 올해 초에 계약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건물의 실제 소유주인 신탁회사는 임대차 계약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걸까요?
[해당 부동산의 신탁회사]
(저희가) 인지하지 못한 임대차 계약에 대해서는 저희가 관리할 방법이 없어요. 다른 사람이 임대차 계약을 맺는 거잖아요. 그렇게 되면 임대차 보호법에 해당하지 않는 거로 알고 있어요.
[앵커]
현재 세입자들은 집주인을 사기죄로 고소한 상태입니다.
[이재희 변호사 / 법무법인 명재 총괄 대표 변호사]
몇몇 분들한테는 아예 신탁 등기 자체를 숨긴 예도 있었고 몇몇 분들한테는 신탁 등기는 잔금 날 바로 해제해 주겠다고 적극적으로 기망한 경우도 있었거든요? 그럼 이건 단순한 채무 불이행을 넘어 적극적인 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고요….
은행이나 신탁회사의 명도 소송이 이어지게 되면 사실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그냥 길거리로 쫓겨나는 상태가 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