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개요
술에 취한 가해자가 새벽 시간 노상에서 처음 본 피해자를 따라가 앞에서 피해자의 양 어깨를 잡고, 뽀뽀를 하려 시도하고, CCTV가 없는 골목길 쪽으로 끌고 들어갔으나, 피해자가 저항하며 탈출하여 인근 지구대로 가해자를 피해 도망하였음.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발목 등에 2주간 치료를 요하는 부상을 입어, 가해자에게 법정형이 강간치상죄와 동일한 "강제추행치상죄"로 수사가 개시되고, 구속기소되어 1심 징역 4년 실형이 선고된 사건의 항소심 수행.
2. 항소심 법원의 판단
징역 4년 실형을 선고한 원심판결 파기하고,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3년


3. 변호사 관점에서의 사건 정리
이 사건의 경우, 최초 의뢰인이 자신의 범행에 대해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내용을 모른채로 수사를 받게 되었으나, CCTV 열람 후 술에 취해 저지른 자신의 범행을 확인하고, 지속적으로 잘못을 후회하고, 자신의 잘못을 빌며 피해자의 선처를 바란 사건이었습니다. 강제추행치상죄는 법정형이 5년 이상의 징역으로 되어 있어, 작량감경 없이는 집행유예의 선고가 불가능한 사건이기 때문에 피해자와 합의를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데, 피해자와 전혀 모르는 사이이기 때문에 피해자 국선변호사를 통해서만 연락이 가능하였습니다.
최초 수사단계에서 피의자 변호인으로 선임되어 수사 대응하였으나, 변호인이 피해자 국선변호사를 통해 여러차례 합의를 시도하여도 피해자는 피의자의 엄벌만을 구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더 이상 피해자에게 접촉을 시도하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비춰질 우려로 인해 포기하고, 기타의 양형사유로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임하였으나, 불특정인에 대한 범죄로 중대성이 높아 구속 영장 발부되었고, 이로 인해 가족들이 상황을 알게 되면서 피의자가 변호인에게는 가족들에게 알리겠다고 한 뒤, 사실 그동안 알리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족들은 변호인에게 유명한 전관 변호사를 1심에 선임할테니 사임하라고 하여, 그럴 이유가 없고, 피해자가 마음이 가라 앉질 않고 있으나, 진정성 있게 계속 사과를 (너무 지나치지 않게) 전달하면, 마음이 바뀔 수 있으니 기다려달라고 말씀드렸으나, 가족들은 실형 선고되면 안 된다며 결국 전관 변호사에게 가게 되었고, 전관 변호사는 집행유예가 선고될 것이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사건을 수임하였습니다.
담당 판사와의 친분을 자랑하며 승소를 장담하던 전관 변호사가 1심 공판 수행하였으나, 피해자 국선변호사와도 친분이 깊다던 그 전관 변호사는 1심에서 피고인에 대한 징역 4년의 실형이 선고되자 연락도 되지 않고, 사무장들이 연락하며 2심 재판부가 어디로 배정될지 모르나 그 중 3명의 재판장은 담당 전관변호사와 친분이 깊고, 2명의 재판장은 또 친한 변호사와 친분이 깊으니 사건을 다시 수임하게 해달라고 가족들에게 말하였다고 합니다.
위와 같은 구체적 계획이 없는 사건 수임과 성의 없는 수행에 실망한 가족들은 저를 다시 찾아오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항소심을 맡으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피해자 국선대리인에게 오랜만에 연락하여 그간의 사정을 설명하고, 피고인의 반성과 피고인의 가족이 처해 있는 힘든 상황을 설명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피해자는 엄벌만을 원할 뿐이었습니다. 이때 피고인의 가족들이 집을 팔고, 모두 완전히 다른 동네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점을 피해자 측에 전하며 선처를 부탁하였습니다. 그러자 미동도 없던 피해자의 마음이 살짝 바뀌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합의금을 구체적인 액수까지 제시하였고, 최종적으로 피해자의 용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피해자의 용서가 가지는 힘은 너무도 막강합니다. 그러나 그 용서는 단순히 "합의금의 액수"에 의해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피해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피해자에게 진심을 다해 용서를 구하면서, 피해자가 가장 원하는 부분이 충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년간 형사 사건을 수행해 온 변호사라면 저마다 합의를 성공시키는 노하우가 있을 것이고, 저도 기술적으로는 어떤 노하우들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그런 노하우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피고인과 피고인의 가족의 진심을 가장 잘 전달하고, 피해자에게 위협을 가하지 않는, 즉 두 사람의 마음을 모두 이해하는 "변호사의 진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에도 어려운 사건을 겪고 계신 피의자, 피고인들과 그 가족들이 계실텐데 선고기일까지 피고인의 곁에서 함께 "단,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라는 재판장님의 선고에 함께 기뻐하는 변호사를 꼭 만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