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민식이법이란?
스쿨존에서 발생하는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개정된 특정범죄가중법과 도로교통법을 말합니다.
[특정범죄가중법] 개정안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운전의무 부주의로 사망사고나 상해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이고,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과속단속카메라 설치 의무화 등을 내용으로 합니다.
특히 특정범죄가중법 개정안은 자동차 운전자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통행속도 시속 30km 이내를 준수하고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 만 13세 미만의 어린이를 다치게 한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어린이를 사망하게 한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13).
02. 故김민식군 사고운전자의 처벌은?
그렇다면 실제 故김민식군 사망의 원인이 되었던, 2019년 9월 충남 아산시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의 운전자는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요? 당시 운전자는 시속 23km 이하로 주행 중이어서 과속운전은 아니었고, 故김민식군도 도로변에 불법주차된 차량들 사이에서 갑자기 횡단보도로 뛰어든 것이었습니다.
만약 그 상태에서 운전자가 멈추었다면, 김민식군도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고, 운전자 또한 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는 이유로 운전자의 과실은 아주 낮게 인정되거나 무과실로 인정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운전자는 故김민식군을 충격한 이후에도 차량을 멈추지 않았고, 한참을 더 끌고 간 이후에야 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법원은 사고장소가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인 점, 노면에 불법주정차 된 차량들이 많았기 때문에 아이들이 갑자기 뛰어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신경 쓰면서 조심히 운전을 하였다면 충돌 즉시 멈출 수 있었다는 점, 깔린 아이를 한참이나 앞으로 끌고 간 다음에서야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운전자에게 금고 2년형을 선고했습니다.
금고는 노역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만 차이가 있고 징역과 크게 다르지 않은 처벌인데, 이러한 엄벌이 내려지기까지는 운전자와 故김민식군의 가족들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피해회복이 없었다는 점도 고려가 되었다고 합니다.
03. 운전자 과실 0%, 과연 성립이 가능할까?
운전자 과실이 0%일 경우 민식이법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운전자가 스쿨존 진입 이후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음에도 사고가 발생했다면, 민식이법이 적용되지 않는 것을 기대해볼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판례상 운전자-보행자 사고에서 운전자에게 과실 0%를 부과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 않느냐 하는 여론 때문에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보험사 과실도표에 따르면 사고장소가 어린이보호구역이거나, 피해자가 어린이라는 이유만으로 운전자에게 10~15% 과실 가중치를 매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보험사의 과실 기준은 법원의 판례를 기반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단순한 참고사항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보험사에서 사고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획일적인 과실 비율을 적용했을 경우에는 법원이 이를 뒤집기도 합니다. 과실 비율은 민사재판에서 손해배상의 규모를 측정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지, 형사재판에서 과실을 몇 대 몇으로 구분 짓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이렇듯 민사상 과실 비율을 산정하는 것과 형사 책임 여부를 묻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피할 수 없는 인명 사고에 대하여는 민사적 책임을 질지언정, 형사 처벌을 가하지 않습니다. 이미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서도 어린이가 사망하지 않은 경우에는 벌금형으로 처리해왔고, 합의를 통하여 형량을 낮추는 것도 여전히 가능합니다.
04. 스치기만 해도 벌금 500만 원?
민식이법의 최저 형량은 벌금 500만 원입니다. 그렇다면 어린이가 차량에 스치기만 해도 벌금 500만 원이 나오는 것일까?
특정범죄가중법에 의한 가중처벌의 전제조건은 피해자의 상해 또는 사망 및 운전자의 과실입니다. 어린이가 경미한 수준의 부상만 입었거나(피해자가 상해조차 입지 않았음), 어린이가 갑자기 튀어나와 운전자가 피할 수 없었다면(운전자의 과실이 없음) 처벌을 피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스치기만 해도 벌금 500만원이라는 것은 과도한 우려일 수 있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신호 대기를 위해 정차중인 상황에서 어린이가 달려와 자동차에 부딪히거나, 스쿨존에서 30km/h 이하로 방어운전을 하던 중 보행 신호를 위반하고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어린이와 충돌했을 경우에는 민식이법상 처벌요건의 성립이 어렵습니다. 즉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30km/h 이하로 가던 중에 어린이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한다면, 운전자의 안전운전 의무 위반 여부가 핵심이 되는 것입니다.
05. ‘안전에 유의한 운전 기준’이 판례를 통해 구체화될까?
▲어린이 보호구역 ▲규정속도인 30km/h를 초과 ▲안전운전 의무 소홀 ▲13세 미만 어린이를 죽거나 다치게 한 경우에 민식이법이 적용됩니다. 이 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을 경우 가중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즉, 개정된 특정범죄가중법에 의하면 "어린이 보호구역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이 가중처벌의 핵심적인 전제 조건입니다.
그렇다면 향후 판례에 의하여 ‘안전운전 주의 의무’가 명문화될 수 있을까. 민식이법과 관련한 법원의 판단이 축적되다 보면, 구체적인 안전운전 사례가 제시될 수 있습니다. 가령 운전자가 "스쿨존에서 경적을 울렸다"거나, "비상등을 켜고 서행했다"는 점과 같은 구체적인 안전운전 사례가 판례에서 운전자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사유 중 하나로 명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으로 판례를 통하여 ‘안전운전 주의 의무’가 명문화될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06. 민식이법 교통사고도 합의가 가능할까?
운전자의 과실로 어린이가 사망한 경우에는 피해자와의 합의가 의미없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러나 형사 사건은 양형기준에 따라 다양한 양형요소들을 판단한 후에 가중 또는 감경 처벌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중에서도 피해자와의 합의는 가장 중요한 감경요소로 작용합니다. 양측에서 모든 피해가 회복되었다고 주장할 경우, 재판부는 법에서 정한 형량보다 훨씬 가벼운 처벌을 내립니다. 민식이법이 적용되는 교통사고 역시 마찬가지로 합의가 가능하고, 양형에서 감경요소가 될 것입니다.
특정범죄가중법상 어린이가 사망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됩니다. 그런데 만약 피해자와 합의를 하였다면 형법 제51조의 정상참작 규정에 의하여 형량은 1년 6개월까지 낮아질 수 있고 작량감경이 추가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3년 이하의 징역까지는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법원의 판단에 따라서는 집행유예가 내려질 가능성도 있는 것입니다.
07. 민식이법이 적용되는 '운전자 과실'
민식이법이 적용되는 운전자 과실은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했을 때 발생하는 것으로, 우리가 평소 운전하면서 지켜야 할 의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 운전할 때 핸드폰을 보거나 딴짓하지 않고, 항상 앞을 잘 살펴야 한다(전방주시의무).
- 신호를 위반하거나, 노란경고등일 경우 꼬리물기 하듯 끼어들면 안된다(신호준수의무).
- 급출발이나 급제동, 급차선변경을 하면 안된다(차량을 안전하게 조작하여야 할 의무).
- 인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는 좁은 길이나 횡단보도 근처에서는, 보행자가 갑자기 튀어나올 경우를 대비해 항상 좌우를 살피며 조심히 운전해야 한다(보행자 보호의무).
이러한 안전운전의무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지키지 않는다면, 운전자의 과실이 인정되어 민식이법이 적용됩니다.
08. 민식이법에 대한 오해와 진실
민식이법에 대하여 어떤 분들은 “아무리 어린이보호구역이라고는 하지만 처벌의 강도가 너무 센거 아니냐”, “어린애들은 어디서 튀어나오는지 알 수 없는데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사고에 대해서도 처벌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말합니다.
사실 이런 의견에 대하여는 답을 드리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어린이보호구역인데도 어린이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기 때문에 특별히 처벌의 강도를 높인 것이라고요. 운전자가 할 만큼 했는데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사고였다면, 과실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민식이법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최근 청와대는 민식이법을 다시 고쳐달라는 국민청원에 대하여 "기존 판례에서도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예견할 수 없었거나 사고 발생을 피할 수 없었던 상황인 경우에는 과실이 없다고 인정하고 있다"면서, 다소 과한 우려일 수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민식이법에 대한 세간의 과도한 오해들을 지적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정범죄가중법의 처벌 수위가 과도하다는 일각의 주장도 일리는 있지만, 애초의 입법 취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민식이법을 만들 당시에는 스쿨존 사고를 엄하게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는 국민적 합의가 있었던 것입니다. 추후에 위헌 여부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청구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09. 민식이법을 대비하는 운전자의 자세
현재 온라인에서는 "아무리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발생한 사고라고 하지만, 고의범도 아니고 과실범인데 형량이 너무 센 것 아니냐"라며 민식이법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가 작지 않습니다.
충분히 일리있는 말입니다. 현재 상해치사, 강간, 강도, 인질강도와 같은 범죄가 3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사고로 어린이가 사망할 경우에도 똑같이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민식이법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있었다는 점, 많은 논의를 거쳐 현재 시행중인 법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민식이법이 다시 개정되기 전까지는 이를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10. 사전준비
1. 블랙박스 설치하기
과실 판단을 위해서는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영상의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블랙박스를 사용하고 있지만, 아직 사용하지 않고 있다면 이번에 설치하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보다 정확한 영상을 확보하려면 화각이 넓은 고화질 블랙박스가 좋습니다.
2. 운전자보험에 가입하기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운전자보험에 필수적으로 포함되어있는 형사합의금 및 벌금비용, 변호사비용 지원이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보험에 특약을 추가하여 위와 같은 부분들을 보장받을 수 있으니, 가입하기 전에 미리 비교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3. 안전운전 하기
'윤창호법'시행으로 인해 음주운전 처벌기준이 혈중알콜농도 0.05%에서 0.03%로 바뀐 뒤에, 맥주 한 잔만 마셨으니 불어도 안걸린다는 생각으로 운전대를 잡는 사람들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제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정말 조심운전, 안전운전해야 합니다.
11. 사후준비
조심한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가 났을 경우, 교통사고 처리경험이 많은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것이 유리합니다.
경찰과 검찰 조사에 동행하고 구속수사를 막아내는 것, 증거를 수집하고 논리적인 변론을 통해 운전자가 주의의무를 다하였기 때문에 사고에 과실이 없다고 수사기관을 설득하는 것, 만약 재판까지 가게 된다면 영상 시뮬레이션이나 현장검증을 통하여 재판부를 설득하는 것, 그리고 피해자 측과의 협상으로 적절한 피해보상을 해주는 대신 처벌불원서를 받아내는 일 모두 변호사의 조력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13세 미만의 어린이를 다치게 했다면, 이제는 벌금이 아니라 구속과 징역을 걱정해야 하는 때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초기대응이 매우 중요하며, 최초 경찰조사부터 형사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억울한 처벌을 피하고 삶이 무너지는 일을 막아야 합니다.
스쿨존에서 발생한 사고로 위기에 처한 운전자분들, 자녀가 교통사고 피해를 입으신 분들, 도움을 요청하시면 법무법인 명재가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