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유튜브 스타 반려견이 동물병원에서 사망한다면..
최근 한 유튜버의 반려견이 동물병원에서 슬개골 수술을 하다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일을 당했다며,
강아지의 평균 수명에 유튜브 수입을 곱해, 2억원을 동물병원에 청구한다는 영상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손해배상청구는 동물병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지나칠 수 있습니다.
수의사는 앞으로 진료 볼 때마다 보호자들에게 "혹시 이 강아지 유튜브 스타인가요?" 물어보고,
유튜브 스타라고 하면 위험도가 높은 수술은 거부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렇게 치료 받지 못한 반려견은 사망하게 될 수도 있겠죠.
모든 의료에는 위험이 따릅니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의료상의 과실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의사, 수의사가 일부러 환자를 다치게 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02. 의료사고의 거액의 손해배상, 과연 합당한가?
가끔 의료사고에서 피해자의 소득 수준에 따라 거액의 손해배상이 인정되는 경우를 보면서,
저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 부분은 특별손해 아닌가? 특별손해라면 의사나 수의사가 환자의 소득 수준을 알 때, 또 치료를 거부할 수 있을 때(현재 의사는 의료법상 환자의 치료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습니다)에 한해서 그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요. 이 부분이 보험금과는 다르죠. 보험사는 피보험자의 소득 수준을 알고 계약하거나 정액 배상으로 약정할 수 있으니까요.
최근 제가 맡게 된 한 재활의학과 사건에서도 피해자가 보험회사의 영업사원이면서 동시에 아내의 미용업을 도와 한 달에 600만원 가까이 소득이 있다며 7억원에 가까운 돈을 잃게 되었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미용업을 하는 아내의 종소세를 줄이기 위해 일하지 않고 소득 신고를 하는 것은 아닌지 무척이나 의심스러웠지만, 그런 입증 불가능한 의심은 차치하더라도, 앞으로 의사 선생님들은 환자 직업과 소득 수준 물어보고,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다 설명 후, 해당 부작용 발생하더라도 시술, 수술 받을 것이며, 부작용 발생시 일체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동의서까지 다 받고 녹음 녹화까지 진행한 후에야 시술, 수술할 수 있을 것입니다.
03. 이재희 변호사의 의견
지난 의료법 개정안에서는 결국 의료과실 부분은 빠지게 되었지만, 최초 이러한 개정안이 나오게 된 배경이 된 주장은 의료과실로 환자가 상해, 사망에 이르렀을 때, 의사 면허를 박탈해야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반대로 의사의 치료행위로 인한 책임은 민, 형사상 면책이 우선이고, 동료들이 볼 때, 고의에 준하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면허도 박탈하고, 민사 책임도 부과합니다.
최초의 그러한 과도한 개정 주장에 저는 동의하지 못합니다. 한 토론회에서 제가 "환자객사법"이라고 명명하면서 강력히 반대했던 것은, 만약 그런 법률이 만들어진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환자의 몫이 됩니다. 일단 환자 사망/ 태아 유산의 위험이 높은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산부인과에는 앞으로 어떤 전공의도 오지 않을 것이며, 다들 사망 확률이 낮은 영상의학과(중재치료제외), 진단검사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에 몰릴 것입니다.
또한 응급환자를 수술해 줄 "간 큰 의사"를 찾아 환자는 이리저리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결국 길에서 사망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환자객사법"이라는 것입니다.
법을 바꿀 때는 여러가지 효과를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무조건적인 엄벌주의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법원에서 의료 과실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때에도 어느 정도 상식적으로 통상손해의 범위에 맞는 판결을 해주어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