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송을 준비하며 AI의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소장이나 의견서, 고소장 등 필요한 서류를 AI에게 작성해 달라고 요청하고, 관련 법령이나 판례까지 찾아보게 하는 방식이죠. 간단한 사건이라면 상당히 그럴듯한 결과물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AI가 작성한 법률 문서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법률 분야에서는 AI의 대표적인 문제점인 '할루시네이션'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01. AI를 통한 나홀로 소송, 어떻게 도움받을 수 있을까?
나홀로 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AI는 여러 가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사건 경위를 AI에게 설명한 뒤, 의견서나 준비서면의 초안을 작성해달라고 요청하거나, 사건과 관련된 법령과 판례를 찾아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소송에 필요한 서류의 기본적 형식을 잡거나, 사건의 사실관계만을 정리하는 데에는 AI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AI가 찾아준 법령과 판례가 항상 정확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때에 따라, 존재하지 않는 판례나 법리를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이러한 오류를 흔히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이라고 합니다.
02. 할루시네이션, 왜 위험할 수 있을까?
비교적 단순한 사건이라면 AI가 법률 문서를 꽤 자연스럽게 작성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실관계가 복잡해지거나, 여러 법률관계가 얽히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오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자신의 주장과 오히려 반대되는 판례를 인용하는 경우
②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판례를 가져와 억지로 주장을 뒷받침하는 경우
③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판례나 법리를 만들어 작성하는 경우
문제는 이런 오류가 단순한 문장상의 실수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법원에 제출해야 하는 서면에 잘못된 판례나 법령이 인용되어 있다면,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나 상대방 대리인이 해당 내용을 다시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서면의 분량이 길고 이러한 오류가 반복된다면, 정작 중요한 쟁점을 검토하는데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이 투입될 수 있으며, 소송에 투입되는 비용 또한 늘어날 수 있습니다.
AI를 활용한 서면 검수 역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변호사가 작성한 서면에는 특정 표현이나 판례, 법 조항을 선택한 나름의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전체적인 소송 전략이나 상대방의 주장에 대한 반박을 고려해 의도적으로 작성한 내용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를 AI에게 다시 검수하게 하면 AI가 해당 표현이나 판례를 '잘못된 내용'이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결국 변호사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표현을 AI의 평가만으로 수정하려 한다면, 오히려 사건의 전체적인 방향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소송 당사자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잘못된 판례를 근거로 주장을 펼치거나 사건과 맞지 않는 법리를 반복해서 주장하면, 정작 자신에게 유리한 핵심 주장과 증거에 집중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03. 나홀로 소송, 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고 AI를 나홀로 소송에 활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AI는 사실관계 정리, 서면 초안 작성, 관련 법률 쟁점 파악 등에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AI가 작성한 내용을 그대로 제출하기보다는 반드시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사항은 꼼꼼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 AI가 인용한 판례와 법령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 해당 판례와 법령의 내용이 AI가 설명한 것과 일치하는지
- 해당 법리가 실제 사건의 사실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 자신의 주장과 반대되는 판례를 인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 서면 전체의 논리와 주장이 서로 충돌하지 않는지
가능하다면 작성한 서면에 관해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실제 법정 공방은 단순히 서면을 작성해 제출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어떤 주장을 언제 제출할 것인지, 상대방의 주장에 어떻게 반박할 것인지, 그 주장을 뒷받침할 법리와 판례는 무엇인지, 사건의 사실관계에 맞춰 어떤 표현을 사용할 것인지 등 여러 요소가 함께 맞물려 진행됩니다.
따라서 사건이 복잡하거나 상대방과 법정 공방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면, AI만을 의존하기보다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더욱 안전할 수 있습니다.
AI는 소송을 대신해 주는 도구라기보다, 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보조 도구로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