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페스의 모든 법적 문제 10 에 이어서 쓴 글입니다.
19. 불쾌하다고 해서 모두 범죄는 아닙니다.
알페스에 대한 글을 작성하고 유튜브 계정에 알페스 관련 영상(위 링크 참조)까지 촬영해서 올리면서 일부 남성분들로부터 공격을 받는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글과 영상의 내용이 “알페스마다 케바케지만 대부분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보니 이 사건을 매우 중대하게 바라보고 있는 일부 남성분들의 심기를 거스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알페스 문제 있습니다. 실존하는 인물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그들을 모델로 해서 수위 높은 성(性)묘사가 포함된 소설을 창작한 것이니만큼 묘사의 대상이 된 이들은 불쾌감을 느낄 수 있고, 성(性)묘사의 수위가 높은 경우 이를 읽고 보는 미성년자들의 정서발달이나 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며, 혹시나 이처럼 자극적인 알페스를 창작 및 판매하여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고 있는 자가 있다면 법을 통해 이들을 제재할 필요성 또한 있습니다.
하지만 알페스에 이런 사회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은 굳이 변호사인 제가 아니라도 문화평론가, 시사평론가, 기자분들께서 충분히 지적을 해주고 계십니다. 알페스를 팬픽의 한 부류로서 용인하고 인정해주어야 하는지, 아니면 하나의 성착취물로 보고 금기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시다면 늦은 밤에 하는 토론 프로그램 시청하시면 됩니다. 저는 단지 형사전문변호사로서 현행법에서 어떤 경우 처벌이 되는지, 어떤 경우 문제가 안되니까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지를 설명드릴 뿐입니다.
이는 1년 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20년 상반기에는 N번방 사건으로 인해 두려움에 떨고 있던 수많은 남성분들을 상담해드렸었고, 하루에 10건 이상 상담을 하다보니 목이 쉴 정도였습니다(똑같은 질문, 반복되는 설명을 피하기 위해 유튜브를 만들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때에도 이런 경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설명을 해드렸지만 그것이 곧 제가 N번방에 동의한다거나, N번방 가담자들을 지지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저는 남성, 여성, N번방, 알페스처럼 편이 갈려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진영을 선택하거나 어떤 입장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제게 도움을 요청하시는 분들께 법적인 해결책을 드리고 그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있을 뿐입니다. 그것이 변호사인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존하는 인물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그들을 모델로 해서 수위 높은 알페스 소설을 창작했다고 해서, 그 실존 인물들이 불쾌감을 느꼈다고 해서 모두 범죄는 아닙니다. 일부 알페스 소설의 내용이 수위 높은 동성애물이고 이를 읽었을 때 눈살이 찌푸려지고 때로는 혐오감이 든다 하더라도 그게 곧 범죄는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웬 아저씨가 지하철에서 나를 음흉한 눈길로 위아래로 훑어봐서 너무나 기분이 나빴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범죄는 아닙니다. 사람처럼 생긴 ‘리얼돌’을 성인용품으로 들여와서 판매하는 것이나 웹툰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의 가슴과 엉덩이 등을 지나치게 부각해서 그린 것을 보고 너무나 불쾌하다고 하더라도 그 역시 곧 범죄는 아닙니다.

누군가의 말과 행동, 생각과 주장, 취향과 취미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무척이나 기분 나쁘고 불쾌한 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처벌해야 한다거나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보다 신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불쾌하다는 이유로 이미 있는 법률(아청법)의 의미를 확장해석 또는 유추해석해서 처벌이 가능한 범위를 함부로 넓히는 것은 더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우리의 말과 행동, 생각과 주장, 취향과 취미 역시 다른 누군가에게 불쾌감을 준다는 이유로 금지되고 처벌될 수도 있으니까요. 내가 기분이 나쁘고 불쾌하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자유를 막은 만큼, 언제든지 다른 사람 또한 기분나쁘고 불쾌하다는 이유로 내 자유를 막을 수 있으니까요.
이번 알페스 논란은 일부 여성들의 ‘내로남불’을 지적한 일부 남성들과 이에 격한 공감을 한 남초 커뮤니티들의 뜨거운 반응이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내 기분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지속적인 항의를 해서 웹툰 속 여성캐릭터의 엉덩이나 가슴을 고쳐 그리게 한다거나 심지어 모자이크를 씌우고, 내가 보기에 혐오스럽다는 이유로 여성 리얼돌(성인용품)의 수입 및 판매에 반대를 했는데 왜 실존하는 아이돌 남성을 모델로 하는 동성애 창작물은 ‘취향’이라며 존중받기를 기대하느냐 이거죠.
Any society that would give up a little liberty to gain a little security will deserve neither and lose both.
약간의 안전을 얻기 위해 약간의 자유를 포기하는 사회는, 자유도 안전도 가질 자격이 없으며 결국 둘 다 잃게 될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비싼 100달러 짜리 지폐의 주인공, 벤저민 프랭클린이 한 말입니다. 이번 알페스 논란을 계기로 그동안 이어져왔던 소모적이고 감정적인 논쟁들, 성대결에 대해서 한번쯤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