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글에서 이어집니다)
다. 미성년자라는 것이 명백해야 한다.
아청물은 아동·청소년, 즉 미성년자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알페스 등장인물이 극중 고등학생으로 나온다거나, 교복을 입고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그 등장인물이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성인 아이돌 멤버라는 것이 명백하다면 그 아청물은 적어도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청물’은 아니고, 반대로 미성년자 아이돌 멤버를 대상으로 알페스를 그렸다 하더라도 극중에서 성인으로 묘사된다면 그 역시 미성년자로 명백하게 인식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청물’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물론 아청법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앞의 글에서 설명드린 정보통신망법 위반 음란물유포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알페스가 음란물이 되는지 안되는지는 별도로 따져봐야 합니다.)
이러한 판단은 남성을 주 소비층으로 하는 성인동영상, 음란물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아무리 일본의 한 성인배우가 고등학생을 연기하면서 교복을 입고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그 성인배우가 앳된 외모로 인해 정말 미성년자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실제로 그 배우가 성인이고 일본 내에서 합법적으로 촬영되어 판매되고 있는 음란물이라면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되지 않기 때문에 ‘아청물’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모든 형사처벌은 법의 규정에 의해서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하게끔 유추해석이나 확장해석을 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미성년자 같다’고 해서 아청물이라고 보는 것이 아니라, ‘미성년자임에 틀림없다’ 정도는 되어야 아청물이라고 본다고 생각하시면 이해하시기 편하실 겁니다.
라. 소설 형태의 알페스는 아청법 위반 아니다.
앞에서 설명드린 ‘아청물’의 정의 규정을 자세히 보시면 필름, 비디오물, 게임물, 화상, 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 아무리 봐도 ‘글’, ‘문언’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아청물에는 소설과 같은 글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영상, 사진, 그림에 비해서 글은 성적인 묘사나 표현이 상대적으로 노골적이거나 적나라하지 않고, 영상이나 사진이 실제 미성년자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오고 그림은 상당히 유사하게 옮겨올 수 있는 반면 글의 경우 각자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 외에는 미성년자의 모습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이 없다보니 그만큼 다른 매체에 비해 그 묘사의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 피해자가 느낄 성적수치심의 정도도 낮고, 사회에 미치는 해악도 크지 않습니다. 결국 글 속에 존재하는 미성년자까지 법이 보호해주기에는 오히려 그 부작용이 크다고 생각해서 제외된 것이죠.
같은 맥락에서 일부에서는 만화와 같은 2D 속 미성년자까지도 법이 보호해줄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을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만화이고, 만화에서 표현하는 아동·청소년이 하나의 ‘캐릭터’일뿐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라 실제 피해자는 없다 하더라도 만화는 그 표현이 자유롭고 시각적인 효과가 크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미칠 수 있는 해악이 분명 존재합니다. 아청물의 정의 규정처럼 아동·청소년을 묘사하는 캐릭터를 상대로 성교 행위, 유사 성교행위, 자위행위를 한다면 아무리 캐릭터라 하더라도 ‘이건 아니다’ 싶잖아요. 사회평균인의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기 때문에 영상, 사진과 다를바 없이 처벌대상으로 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글, 소설 형태의 알페스는 아청법과 무관합니다. 아무리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든, 성적 묘사가 노골적이고 적나라하든 관계없이 적어도 아청법으로는 처벌할 수가 없고 경우에 따라서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유포죄가 되는지만 따져볼 수 있을 따름입니다. 그리고 만화, 일러스트, 그림 등의 형태로 만들어진 알페스는 아청법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나머지 요건들까지 꼼꼼히 따져보아야 합니다.
마. 2020년 6월 2일 이전의 ‘구입, 시청’은 문제되지 않는다.
아청법은 2020. 6. 2.을 기점으로 가장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중요한 개정 포인트 첫번째는 ‘아청물’ 관련 범죄로 처벌할 수 있는 법정형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 두번째는 과거와는 달리 아청물을 ‘구매’하거나 ‘시청’만 하더라도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2020년 6월 1일까지는 ‘아청물’이라는 것을 알면서 ‘소지’한 경우에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됐었기 때문에 출력물을 직접 보관하다가 적발되거나 다운로드해서 내 휴대폰, 내 컴퓨터, 내 계정의 클라우드와 같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간섭받지 않는 독립적이고 배타적인 공간에 보관하면 ‘소지’에 해당해서 문제가 되지만 다운로드 없이 스트리밍으로 보기만 했다면, 시청만 했다면 적어도 아청법위반 처벌대상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아청물 소지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아청물이라는 것을 알고도 소지했다는 ① ‘고의’와 ② 실제 ‘소지’여부에 대해서도 입증해야 했기 때문에 수사를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서 “파일의 제목이나 게시글의 내용, 설명, 스크린샷 그 어디를 보더라도 아청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내용이 없었다. 아청물인줄 모르고 다운로드를 받았고 받고보니 이상해서 바로 지웠다.”라며 고의가 없었다며 방어를 할 수도 있고(①), “자꾸 우리집에서 사용하는 인터넷 IP 주소로 아청물 다운로드 내역이 있다고 하시는데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다. 집에 공유기가 방마다 여러개 있는데 요즘 집에 인터넷 없는 사람도 없고 하니 남들이 인터넷 훔쳐가는거 신경 안쓰고 비밀번호도 안 걸어놨다. 옆집이나 위아래 집에서 공유기 타고 들어가서 다운로드 받은건지 어떻게 아냐”라면서 소지한 사실이 없었다며 방어를 할 수도 있었습니다(②). 그만큼 법망을 피할 수 있는 허점이 있었던 것이고, 실제로 많은 이들이 변호인들의 조언을 얻고 그렇게 처벌을 피해갔습니다.
하지만 2020년 6월 2일 이후로는 아청물을 구입하거나, 아청물을 시청하기만 해도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변론전략을 써서 법망을 피해가는 것이 ‘불가능’까지는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무척 어려워졌습니다. 아무래도 알페스 논란으로 인해 염려를 하시는 분들 중 알페스를 제작했다거나, 판매한 분들보다는 단순히 구매, 시청, 다운로드 한 분들이 절대적으로 다수를 차지할텐데 만약 여러분께서 알페스를 구입, 시청한 것이 2020년 6월 2일 이전이라면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것입니다. 만일 2020년 6월 2일 이후에 알페스를 구입, 시청 하셨거나 시기에 관계없이 제작, 판매, 공유, 게시, 소지하셨다면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형사전문 변호인의 조언을 받으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다음 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