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직장내 성추행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다수의 입법활동 등에 의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에 대한 보호가 한층 강화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여전히 상하지위를 악용한 성추행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아마 그 이유는, "설마 이런걸로 문제를 삼겠어?"라는 가해자의 안일한 태도와, "이런걸로 문제를 삼으면 좋을게 없겠지"라는 피해자의 소극적 태도가 여전히 공존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피해사실을 어떻게 알리고, 가해자에게 어떤 조치를 요구할 것인지 전적으로 본인의 자유의사에 따라 선택을 할 수 있겠습니다만, 대부분의 피해자들께서는 "용기"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모쪼록 이번 포스팅을 통해 직장내 성추행 피해자분들께서 많은 용기를 얻고, 부조리함을 바로 잡으시기를 바랍니다.
2. 문제의 상황
의뢰인은 한 회사에 10년 가까이 다니며 능력을 인정받아 관리자 직급에도 승진한, 남부러울 것 없는 커리어우먼 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회식자리에서 최고경영층이 참석하여 술잔을 돌리던중,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의뢰인에게 하였고, 이에 의뢰인은 적극적으로 회사 인사팀에 이 사실을 알려 사과조치를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이를 쉬쉬하기에 급급하였고, 급기야 의뢰인에게 인사상 불이익한 조치를 취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자 의뢰인으로서는 거대한 기업조직 속 자신의 초라한 신세에 한탄을 하며 약 1년 동안을 벙어리 냉가슴처럼 조용히 지내야만 했고, 회사 내부에서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해 마치 의뢰인을 "꽃뱀"으로 취급하며 2차 가해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3. 문제의 해결
의뢰인은 저를 찾아와 상담을 하면서, ①사건으로부터 벌써 1년이 지났고, ②구체적인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③인사상 불이익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한 반발심리로 사건을 키우는 것처럼 보여지는게 두렵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의뢰인이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부정적 측면만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것 같아, 법률적 상담을 우선하기 보다는 그간 겪었던 부조리함과 고통을 공감하며 피해자가 "스스로를 피해자로 다시 인식할 수 있게끔" 도와드렸습니다.
그런 다음 저는 의뢰인에게, ①사건직후 인사팀에 성추행 사실을 알렸고, ②당시 배석했던 동료들의 진술은 증거가 될 수 있으며, ③사건 신고에 대한 보복조치로서 인사상 불이익한 조치가 취해진 것이고(이 점은 별도의 범죄행위에 해당합니다), ④ 이러한 혐의를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기업 입장에서는 평판관리에 큰 흠결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우리가 반드시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고 설명을 해드렸습니다.
이로써 저는 의뢰인과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당시 배석했던 동료들의 진술까지 원만히 확보하여, 가해자인 최고경영층에게 직접 내용증명을 보내 사과 및 피해보상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회사 측으로부터 '합의를 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고, 한 달 간의 긴 협상 끝에 4,000만원에 합의를 보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4. 마치며
직장내 성추행은 피해자에게 성적수치심만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상하관계에서 오는 무기력함, 즉 인간으로서의 존엄마저 송두리째 흔들어 버릴 수 있는 중대한 범죄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정작 가해자들은 '가벼운 터치'라고만 여길 뿐, 피해자의 아픔의 정도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2의, 제3의 피해자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게 됩니다.
직장내 성추행을 당하셨다면 지금 겪고 있는 아픔이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부디 용기를 가지시기 바라며, 혼자만으로 어려우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는 것도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