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구속만은 정말 피했으면 합니다."
의뢰인은 음주운전 전과 7회, 무면허운전 전과 4회 등의 전력이 있는 상태였습니다. 사건 당일에는 술을 마시고 잠에 들었다가 깬 뒤, 바로 자신의 차량을 몰고 이동하던 중 그대로 다시 잠에 들었으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의 음주측정요구를 거부하였다는 이유로 현행범 체포되었습니다.당시 대검 형사부 음주사고 구속기준, 서울중앙지검 교통사범 구속기준에 따르면 의뢰인은 구속수사가 당연시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의뢰인 또한 구속만큼은 피하길 간절히 원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의뢰인과 면담을 하면서, 경찰이 의뢰인을 체포할 당시 미란다 원칙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고, 음주측정기는 보지도 못했으며, 현장을 이탈하려거나 음주측정을 강하게 거부한 적도 없고, 경찰관으로부터 음주측정 요구를 받았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당시의 사정을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02. 꼼꼼한 분석으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얻다.
저는 사건을 검토하던 중, 주취운전자 적발보고서 상에 기재된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 시간과 횟수가 이상하다는 점을 발견하였습니다. 출동한 경찰관은 음주측정기를 소지한 교통경찰이 아닌 일반 지구대원이었고, 요구 횟수와 시간도 짧게 한두 번에 불과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경찰이 의뢰인을 음주측정거부로 입건한 사실관계는 이미 현행범으로 체포된 뒤 경찰서에 연행된 이후에야 의뢰인이 5차례에 걸쳐 음주측정거부를 하였다는 것이었고, 현행범 체포 당시 의뢰인에게 음주측정거부가 인정되는지 이를 명백히 입증할 자료가 없어 보였습니다.
순간 저는, 어쩌면 이 사건에 경찰의 위법한 수사가 존재하고, 따라서 의뢰인이 혐의를 벗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03. 수사 또한 법에 기초하여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최근 경찰청 「교통단속 처리지침」 에 따르면, 음주측정거부죄는 ① 명백한 의사로 음주측정을 거부하거나, ② 현장을 이탈하려 할 때, ③ 음주측정을 5분 간격으로 3회 이상 측정을 요구했음에도 불응할 경우 음주측정거부자로 처리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우리 대법원은 음주측정거부죄의 성립에 대하여 몇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먼저, 운전자의 측정불응의사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였는지는 음주측정을 요구받을 당시 운전자의 언행이나 태도 등을 비롯하여, 경찰공무원이 음주측정을 요구하게 된 경위, 그 측정 요구의 방법과 정도, 주취운전자 적발보고서 등 측정불응에 따른 관련 서류의 작성 여부, 운전자가 음주측정을 거부한 사유와 태양 및 거부시간 등 전체적인 경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15. 12. 24. 선고 2013도84481 판결 등).
그리고, 도로교통법상 경찰공무원의 음주 측정이란 음주측정기에 의한 측정으로 이해하여야 하고(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도5377 판결 등), 다만 그 사전절차로서 음주측정기에 의한 측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음주감지기 시험 거부도 음주측정거부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7. 6. 15. 선고 2017도5115 판결 등).
04. 아무리 명백한 범죄라도 끝까지 파고들어야 합니다.
저는 앞서본 법리와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여, 이 사건은 경찰의 위법한 수사로 인하여 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의견을 강력하게 개진하였습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① 현행범 체포 당시 의뢰인에게 호흡측정에 따른 음주측정요구 자체가 없었으므로 음주측정거부는 논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고, ② 만일 음주감지기 등 사전적인 방법의 측정요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의뢰인은 한두 번 측정요구를 받았을 뿐이어서 경찰청 지침에 따라 음주측정거부자로 처리될 수도 없었으며, ③ 의뢰인이 현행범 체포 당시 음주측정을 명백한 의사로 거부하였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고, ④ 미란다 원칙 고지가 제대로 이루어진 것인지도 의문이므로, 애초부터 의뢰인을 음주측정거부죄로 현행범 체포한 것은 위법한 체포에 해당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음주측정요구가 이루어진 경우라면, 아무리 운전자가 주취운전을 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에 불응하였다고 하여 음주측정거부죄가 성립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제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4도8404 판결).
결국 의뢰인에 대한 현행범 체포는 위법한 체포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러한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의 음주측정요구에 불응한 의뢰인을 처벌할 수는 없으므로, 의뢰인은 애당초 우려하였던 구속의 위험성에서 벗어나 음주측정거부죄에 대한 혐의도 벗을 수 있었습니다.
05.교통범죄는 꼼꼼하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교통관련 범죄는 당시 현장의 상황을 어떻게 재구성하고 입증하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블랙박스만으로 현장의 재구성이 가능한 경우도 있겠지만, 이보다 더 복잡한 역학관계를 종합하여야만 재구성이 가능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교통관련 범죄를 규율하는 관계법령과 이를 처리하는 절차들은 매우 방대하고 복잡하게 규정되어 있고, 따라서 이를 집행하는 공무원들도 실수를 종종 하곤 합니다.
그러므로 교통범죄와 연루되어 곤란을 겪고 계시다면, 혼자만의 힘으로 이를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꼼꼼함과 책임감 있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으셔서 억울한 결과를 얻지 않으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